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..
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..
깊은 산 속
어느 푸른 계곡
작은 풀잎에 내리는 깨끗한
빗물로 만날 것인가.
이른 아침
꽃잎 위에서
영롱하게 반짝이는 한방울의
이슬로 만날 것인가.
그대와 나,
어디서
다시 만날 것인가..
먼 훗날,
그대 소금과 내 소금
그대 물과 내 물이
서로 엉기어 본다 할 지라도
그대인 줄
나인 줄 어떻게 알까.
그걸 내려다 보는 하늘은
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가.
이런 줄 알면서도
만나고 싶거던..
잠시도 잊을 수 없거든
하는 수 없이 눈물겹게 타 보아라.
사랑해 보라.
그리하여 만난 둘이
빈틈없이 빈틈없이 손을 잡고 걸을라치면..
아, 아..
어쩔 수 없이
먼 곳 가까운 곳에서
무수히 들리는 저 공간(空間)의 소리
저 소리를 어떻게 하는가.
그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
귀를 막아라,
귀를 막아라..
작심하고 사랑하는
그 사람 앞에서
공간의 소리를 들어서는 안된다.
물로 떠날지라도
소금으로 떠날지라도
지금만은 섭섭해서는 안 돼..
갑자기 사랑이 가실 때는
한 번씩 이별하여
사랑을 되찾아 다시 사랑하라,
다시 사랑하라.
차마,
한마디도 고백 못한 채
그냥 착하게 주위를 맴돌기만 하다가
이미 헤어짐의 윤리(倫理)를
먼저 터득하여
타인의 사람이 됨을
알려오는 자..
이럴 때는
마음에 먹은 말이 아닐지라도
무척이나
섭섭한 척 슬픈 척 하는 게
윤리가 아닌가.
눈물을 흘릴 수 있거든
눈물이라도 흘려주는 게 마땅한
사람의 도리(道理)..
실은 슬퍼할 게 아니다.
마음 속으로 슬퍼할 것까지는 없어
우리는 모두가 헤어진다.
우리 자신과도
헤어지니까 말이다.
그대 물과 내 물
그대 소금과 내 소금,
어쩌면
어디서 다시 만날 것인가.
따뜻한 어느 봄날,
노랑 민들레 꽃잎 위에
한 줌 햇살로 만날 것인가.
새 잎이
파릇파릇 돋아나는
어린 나뭇가지 끝을 흔드는
바람으로 만날 것인가.
무엇을 미워하는가
미움이 끝났을 때 슬픔이 온다.
말 할 수 없는
그런 깊은 슬픔이 온다.
그건 미움보다 더 아픈 것이고
눈물 뿐인 것이다.
한 번씩 이별하여
사랑을 되찾아 다시 사랑하라,
다시 사랑하라.
그대 물과 내 물
그대 소금과 내 소금,
먼 훗날,
어디서 만날 것인가,
어디서 다시 만날 것인가.
사랑하라,
다시 사랑하라.
지금 창 밖에는
봄눈이 내리고 있다.
옮겨온글 / 사맛디~()